장례를 마치고 집에 와서 어머니의 편지를 읽었다. 우리 부부와 세 아이에게 사랑을 담아 쓴 보석 같은 편지였다. 아내에게는 가족을 위해 기도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우리의 기도가 가정을 새롭게 했다면서 고맙다는 글을 마지막에 또 한 번 썼다. 나는 어머니가 형에게는 어떤 편지를 썼을지 궁금했다.
그런데 편지를 다 읽은 후, 아내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형이 어머니의 삼우제 준비를 부탁했다고. 형은 독신이어서 제사 음식을 준비할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 그렇다고 친척들에게 부탁하기도 싫어했다. 나는 선교단체 사역 리더인 우리가 제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심장이 쿵쿵 뛰었다.
‘어머니는 예수님을 믿고 천국에 가셨는데 제사라니….’
나는 말도 안 된다며 거절하고 싶었다. 순간, 제사 문제로 형과 싸우던 때가 떠올랐다. 삼우제를 거절하면 또 관계가 깨질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제사를 할 수도 없었다. 아내도 매우 힘들어하면서 종일 기도했다.
최악의 순간이라도 기도는 할 수 있다
주님 뜻대로 이뤄지기를 계속기도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아내가 부엌에서 음식 준비를 했다.
“여보! 장례 끝나고 피곤할 텐데 좀 쉬어.”
“안 돼. 지금 제사 준비를 하고 있어.”
“뭐라고? 당신이 무슨 제사 준비를 해. 절대 안 돼.”
“그러면 어떻게 해? 아주버님 말씀을 안 들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이제야 조금 좋아졌는데 가족 관계가 다시 깨질 거야.”
“그래도 그렇지, 무슨 제사야…. 우리가 어떻게 제사를 해?”
“여보! 내가 어제 기도했는데 하나님이 평강을 주셨어.”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평강을 주셨다는 하나님도, 종일 기도하더니 제사 준비한다고 아침 일찍 일어난 아내도 이해되지 않았다. 아내는 어렸을 때 1년에 열두 번 제사를 지냈다면서 제사 음식을 잘 안다는 농담까지 했다.
준비를 마치고는 음식을 싸더니, 집에 있는 성경과 찬송을 모두 꺼내서 가방에 넣었다. 내가 제사 음식과 성경, 찬송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더니 아내가 빙그레 웃었다.
형의 집에 도착해보니 일가친척이 모두 모여있었다. 아내는 제사 음식을 부엌 한쪽에 내려놓았다. 형이 삼우제를 하기 전에 어머니가 남긴 비디오를 보자고 말했다. 그때까지 우리는 어머니가 형에게 영상 편지를 남긴 것을 몰랐다.
어머니가 호스피스에 있을 때, 호스피스 생활을 소개하는 영상이 제작되었다. 그 영상물에 어머니가 출연한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원본 테이프를 형에게 남겨달라고 제작 책임자에게 특별히 부탁했다고 한다. 형은 장례식이 끝날 무렵에 비디오를 전달받았다며 함께 보자고 했다.
TV 화면에 호스피스를 소개하는 영상이 나왔다. 2개월 동안 어머니가 살았던 낯익은 건물과 어머니가 웃으면서 산책하는 모습도 나왔다. 그곳 생활을 안내하는 여러 장면에 어머니가 주인공처럼 등장했다. 영상이 끝나자 이어서 또 하나의 영상이 나왔다. 편집 이전의 원본이었다. 거기엔 어머니가 촬영 기사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마지막 소원이 무엇이냐는 기사의 질문에 어머니가 대답했다.
“내가 오랫동안 기도하는 것이 있어요. 나는 이것이 유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큰아들이 예수님을 믿는 것과 온 가족이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그러고는 영상이 끝났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형의 눈치를 보면서 찬송가도 틀지 않던 어머니였다. 마지막 유언을 들으며 모두가 숙연해졌다. 그때 아내가 성경책과 찬송가를 나눠주며 말했다.
“어머님의 유언이니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면 어떨까요?”
모든 친척들이 적극 찬성했다. 형도 반대하지 않았다. 대부분 교회를 다니지 않는 친척들임에도 함께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을 읽었다. 여동생의 남편이 간단하게 설교하고,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마쳤다.
형이 배고프다면서 제수씨가 준비한 점심을 먹자고 했다. 삼우제로 모인 것을 잊은 것이었다. 아내가 준비한 음식을 먹으면서 우리는 각자 어머니께 받은 편지 내용을 이야기하며 어머니에 관한 추억을 나누었다. 우리가 드린 첫 가정예배였다.
나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당신이 제사 음식을 준비할 줄은 몰랐어.”
“음식을 준비하면서 제사에 쓰이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어.”
집에 돌아와서 잠을 자려는데 아내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하나님, 정말 대단하시지!”
“뭐가?”
“처음으로 가정예배를 드렸어.”
“그러게.”
“어머니의 오랜 기도가 돌아가신 지 3일 만에 응답되었어.”
“그러네.”
“사람은 죽어도 기도는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어.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어머니의 기도는 살아서 응답되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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